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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 설킨 시리아…터키·이스라엘·이란·러시아, 미군 철수에 복잡해진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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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기자

승인 : 2019. 01. 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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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부터 참혹한 살상이 벌어진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이 최근 손을 떼자 시리아 정세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힘의 공백’을 채우려는 열강들이 떼로 달려들고 있는 것. 당장 터키군 공격으로부터 미군이라는 방어막이 없어진 쿠르드 민병대가 러시아에 손을 내밀면서 미국을 포함해 시리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이 시리아 내전에 본격 개입한 건 2015년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이유로 시리아에 병력을 파견한 것. 3년째 주둔해오던 미군 2000명은 지난 12일부터 철수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IS에 맞서 우리는 이겼다. 역사적인 승리 이후 우리의 위대한 젊은이들을 고향으로 데려올 시간이 됐다”며 시리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전격 발표한 지 20여일 만이다.

이를 두고 지아 쿠르드 시리아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들과 철수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자신들을 터키 내 분리주의 쿠르드 무장단체의 분파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척결 의지를 드러내온 터키가 미군 철수 발표 후 쿠르드 민병대 소탕전을 개시할 것이라고 위협했기 때문. 터키는 이미 두 차례 시리아에 군대를 파견했지만 미군이 주둔했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지역에 대한 공격은 자제해왔다.

궁지에 몰린 쿠르드족이 손을 내민 곳은 러시아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이다. 쿠르드 최고위 인사들은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터키로부터 쿠르드 지역을 보호할 방법에 관한 협상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4일 전했다. 러시아에 중재 역할을 요청한 셈. 로드맵의 주요 목적은 쿠르드족 자치권을 시리아 헌법으로 보장받고 시리아 북부와 동부의 유전 등 자원을 공정하게 분배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쿠르드 지도자들은 시리아에서 쿠르드족의 목표는 독립이 아닌 자치권 확보라고 강조했다. 쿠르드족은 미군이 빠져나간 시리아 북부의 군사 공백을 시리아 정부군이 파견되도록 러시아가 지원해 주길 바라고 있다. 시리아 북부는 터키와 국경이 맞닿은 지역이다. 러시아는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드러내며 반겼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미군이 철수하는 현 상황에서 쿠르드와 시리아 정부 사이 대화는 특히 중요하다”며 “쿠르드 역시 시리아 사회의 중요한 구성 요소”라고 말했다.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트위터에 “터키가 쿠르드를 공격하면 터키 경제를 파괴할 것”이라며 시리아 국경 지역에 폭 32km의 ‘안전지대’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시리아 북동부가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 수중에 들어갈 우려가 커지자 시리아-터키 국경 지역에 비무장 완충지대를 설치하자며 수습에 나선 것. 하지만 도리어 터키가 ‘안전지대’에 자국 군대를 배치하겠다고 나서면서 쿠르드족과 시리아 정부군의 반발만 거세졌다.

‘경제 파탄’까지 거론하던 미국은 최근 터키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각자의 중요 안보 목표를 달성하는 차원에서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협상을 통한 해법을 추구하기로 한 것.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0일 트럼프 대통령과 엿새 만에 또 전화통화를 하고 터키가 시리아 북부 만비즈의 안보를 맡을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지대 구축 방안, 그리고 터키의 만비즈 인수 제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이란 관계도 예측 불가한 전개로 치닫고 있다. 내전 기간 시리아 내 이란 세력을 끊임없이 공격해오던 이스라엘은 미군 철수가 시작되자 기존 전략을 바꿔 대놓고 공습 사실을 인정했다. 이스라엘군은 21일 성명에서 “시리아 내 이란 쿠드스군(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을 겨냥한 공습을 시작했다”며 시리아 내 이란 세력 위협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우군 미국이 시리아에서 빠져도 이란 세력 부상을 막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리아 내전은 미국·러시아·시리아·쿠르드족·터키·이란·이스라엘 등 주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시시각각 합종연횡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 역시 불투명 그 자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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