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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경찰, 히잡 안 쓴 여성 잡으려 ‘감시 카메라’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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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3. 04. 09. 15:50

정부 관료 "자비 없이 처벌" 강경대응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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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이란 테헤란에서 한 시민이 마흐사 아미니 사건을 다룬 이란 잡지를 들고 있는 모습. / AFP=연합뉴스
이란 경찰이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적발하기 위한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해 시작된 '히잡 시위' 이후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들이 늘어나자 강경대응 기조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경찰은 이날 성명을 내고 도심 주요 공공장소에 히잡 미착용 여성을 식별하기 위한 스마트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적발된 여성들에겐 벌금이 부과될 것으로 말했다.

경찰은 "이번 조치는 히잡 의무 착용과 관련한 법에 대한 저항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 이후 히잡을 쓰지 않고 거리에 나오는 여성들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당국은 그간 히잡 단속을 엄격하게 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지만 이번 발표로 다시 강경대응이 예상된다.

경찰은 "히잡 미착용은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고 사회 불안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쇼핑몰, 상점, 식당의 업주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 손님에게 사회 규범을 준수하도록 안내하고, 이를 위한 감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란 내무부도 지난달 30일 "히잡은 이란이슬람공화국의 국가 기반 중 하나로 양보하거나 관용을 베풀 여지가 없는 원칙"이라며 히잡 착용 규정에 관한 변화가 없을 것임을 확인한 바 있다. 호세인 모세니-에제이 사법부 수장은 "미착용 여성에 대해서는 자비 없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이란 이슬람 시아파 성지 마샤드 인근 마을 상점에서는 한 남성이 여성 두 명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요구르트를 의도적으로 쏟아부었는데 사법부가 여성들을 히잡을 쓰지 않은 혐의로 기소한 일도 있었다. 사법부는 남성 역시 처벌하기로 했지만 이란 여성 인권의 실상이 드러난 사례라는 말이 나왔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거세게 일었던 반정부 시위가 현재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에 따르면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하면서 지금까지 시위 참가자 500여명이 숨졌고, 2만여명이 체포됐다.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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