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조성준의 와이드엔터]영화계 ‘부부 협업’ 징크스 깬 김태용 감독-탕웨이 커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stgmain.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608010003554

글자크기

닫기

조성준 기자

승인 : 2024. 06. 09. 11:06

해외에선 男감독·女배우 결혼후 함께 한 작품일수록 결과 좋지 않을 때 많아
컷스로트 아일랜드
레니 할린 감독(오른쪽)과 지나 데이비스(왼쪽)가 영화 '컷스로트 아일랜드' 촬영장에서 현장 대본을 확인하고 있다. 둘이 결혼하자마자 내놓은 이 작품은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됐으나 처참한 흥행 실패를 기록했다./출처=네이버
basic_2021
해외 영화계를 둘러보면 미혼 시절 성공 가도를 달렸던 감독-배우 커플일수록 결혼 후 한 작품에서 연출자와 주연으로 호흡을 맞췄을 때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나는 경우가 의외로 흔한 편이다. 예술적 동지 혹은 직장 동료로서 상대에게 품어야 할 존중과 배려의 마음 그리고 적당한 긴장감이 남편과 아내란 이유로 알게 모르게 느슨해지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영화계에서 '부부 협업'이 성공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의 '네오 리얼리즘' 사조를 이끌었던 '무방비도시'의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과 아카데미 여우주·조연상 3회 수상에 빛나는 잉그리드 버그먼이 대표적이다. 상대의 연기와 작품에 홀딱 반한 로셀리니 감독과 버그먼은 배우자와 이혼한 뒤 1950년 결혼으로 '전쟁 같은 사랑'을 완성했다.

대중의 비난을 무릅쓰고 어렵게 부부의 연을 맺은 이들이었지만, 막상 한 이불을 덮고 나서부터는 연출과 주연으로 힘을 합친 작품들이 기대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흥행에 실패하는 등 커리어의 내리막길을 나란히 걸어야만 했다. 특히 할리우드의 출연 제의를 뿌리치고 남편이 지휘봉을 잡은 영화에만 주연으로 나섰던 버그먼에겐 매우 치명적이었는데, 7년후 갈라서고 난 뒤 할리우드로 복귀해서야 예전의 명성을 어렵게 되찾을 수 있었다

우리에게 '다이 하드2' 등으로 익숙한 레니 할린 감독과 '델마와 루이스'의 지나 데이비스도 비슷한 케이스다. 핀란드 출신의 할린 감독은 1980년대 후반 '나이트메어4'로 시작해 '클리프 행어'를 거치며 액션 블록버스터의 장인으로 자리를 굳혀가던 도중 데이비스와 사랑에 빠졌다. 이 때는 데이비스 역시 '플라이' '비틀쥬스' '우연한 방문객' 등 출연작마다 비평과 흥행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던 시기로, 마침내 두 사람은 1993년 '대박 부부'의 탄생을 알리게 된다.
그러나 2년 뒤 부부의 첫 합작품으로 내놓은 액션 시대극 '컷스로트 아일랜드'가 할리우드 흥행사에 길이 남을 만큼의 처참한 흥행 실패를 기록한 데 이어 곧바로 선보인 '롱 키스 굿나잇 '까지 내리 폭삭 망하게 되자,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1998년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이후 할린 감독은 식인 상어를 다룬 1999년작 '딥 블루 씨'로 잠시 재기에 성공했으나, 지금은 중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B급 영화 전문으로 내려앉은 상태다. 또 데이비스는 1990년대 후반 양궁 선수로 전업해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최근에는 미디어속 여성의 위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사회 운동에 전념하고 있지만, 본업인 연기에선 은퇴한지 오래다.

이 같은 전례에서 비롯된 기우였을까, 김태용 감독과 배우 탕웨이가 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힘을 합친 영화 '원더랜드'의 개봉 소식이 전해졌을 때 '부부 협업'의 징크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완성도가 떨어지면 어쩌나 싶었다. 또 죽은 자를 인공지능(AI)을 통해 영상통화 서비스로 복원한다는 설정도 생경한데다, 코로나19 등으로 촬영 종료후 무려 4년이나 지나 공개되는 상황 역시 악재로 느껴졌다.

그러나 정말 다행스럽게도 '원더랜드'의 김 감독과 탕웨이는 앞선 사례들과 다른 듯 싶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상대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생의 동반자이면서, 가장 좋아하는 연기자이자 가장 존경하는 연출자로 만나야만 뽑아낼 수 있는 최상의 퀄리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부부가 다시 호흡을 맞출 차기작이 벌써 기다려진다. 가뜩이나 아시아 영화의 맹주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요즘, 기왕이면 세계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작품으로 김 감독과 탕웨이가 또 한 번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조성준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