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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35년 1등기업의 얄궃은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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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윤 기자

승인 : 2024. 12. 06. 06:05

금호 → KT → 롯데
그룹의 위기마다 '알짜 기업'이라 매각
HD현대인프라코어와 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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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윤 산업부 기자
35년 동안 렌터카 업계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롯데렌탈의 모기업이 4번째로 바뀔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 있다. 롯데그룹이 1조 200억원에 인수한지 불과 10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롯데기업의 모태는1989년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미국의 렌터카 회사 허츠와 제휴하며 만든 '금호렌터카'이다. 승승장구하던 회사는 그룹이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 후유증 등으로 어려워지면서 2010년 KT에 3000억원에 매각된다.

'통신 공룡' KT의 품에 안기면서 꽃길이 예상됐지만 2015년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다시 한번 롯데그룹으로 주인이 바뀐다. 1997년 IMF와 2008년 금융위기도 별다른 위기 없이 극복한 롯데였기에 이번만큼은 경영의 지속가능성이 기대됐다.

하지만 최근 그룹의 '캐시카우'였던 롯데케미칼의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하면서 롯데렌탈의 매각설이 다시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롯데렌탈의 몸값은 약 1조5000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롯데렌탈의 주인이 계속 바뀌는 이유는 경영을 못 해서가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우량기업이기 때문이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152억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며 올해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의 ESG평가에서 최상위(AAA)등급을 받을 정도로 재무 건전성이 우수하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는 국내 1위 건설기계 업체인 HD현대인프라코어가 있다. 2000년 대우종합기계에서 두산중공업이 2005년 인수하며 두산인프라코어가 됐다가 2020년 당시 현대중공업에 8500억원에 매각된다.

나무는 고요하고 싶지만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는 뜻의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라는 말처럼 렌터카 업계를 선도하는 롯데렌탈이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외부 요인에 의해 흔들리는 상황이 안타깝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롯데렌탈 직원들은 묵묵히 업무하면서 회사의 헤리티지를 잇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그동안 인수한 회사가 처음에는 점령군처럼 이것저것 손을 대도 결국에는 롯데렌탈의 시스템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경험에서 비롯된 평정심이 느껴졌다.

얄궃게도 모기업이 4번째 바뀔 지라도 2000여명의 롯데렌탈 직원들이 이룩한 렌터카 업계 1위의 아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모쪼록 이번에는 롯데렌탈이 안정적인 경영 상황이 되기를 기대한다.
강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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