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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현장서 전하는 메시지”…과학수사관 28명 수필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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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승인 : 2024. 12. 15. 15:03

'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만 나오지만' 출간 기념회 개최
책 판매 수익 전액, 범죄피해아동 지원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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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 활동 수기 공모전에 접수된 120여 작품 중 우수작으로 선정된 28작품의 저자가 공동으로 발간했다. /경찰청
# 소방보트를 타고 수문에 접근하니 다가갈수록 수압이 거세게 느껴졌다. 위험을 감지하자 본능적으로 긴장된 몸이 더욱 경직돼 갔다. 두려움이 수압만큼이나 옥죄어 오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실종자의 시신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단 끝에 팀장과 단둘이 현장에 입수해 사망한 실종자를 인양하기로 했다. 30~40kg의 무거운 장비를 메고 강한 수압까지 견뎌내야 하는 일이라 조금도 방심할 수 없었다. 노력 끝에 다행히 시신을 끌어올려 대기 중인 과학수사팀에 인계할 수 있었다. 물속에서 나와 거칠게 숨을 헐떡거리는데, 실종자의 가족과 눈이 마주쳤다. 이제는 유족이 되어버린 어머니께서 흐느껴 우시면서도 내게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우리는 가장 어둡고 깊은 현장으로 잠수한다' 속 김영현 수중과학수사관 이야기다. 전국 과학 수사관 28명이 과학수사관 활동 수필 '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만 나오지만' 책자를 발간한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 책은 9월 25일부터 10월 27일까지 경찰청에서 실시한 과학수사 활동 수기 공모전에 접수된 120여 작품 중 우수작으로 선정된 28작품의 저자가 공동으로 발간했다.

과학수사 분야에 종사하는 검시조사관·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지문감정관·법곤충연구사 등 다양한 직군의 종사자들이 수십 년간 자신의 분야에서 맡은 사건을 처리하며 현장에서 느낀 삶의 애환과 진솔한 단상을 담았다.

해당 책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진실만을 추구하려는 부단한 노력과 증거를 찾아가기 위한 직업적 사명감,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범죄자와 면담하며 진실을 밝히는 '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 또한 마음 속 무게 추가 흔들리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범죄자의 마음을 읽다 보면 그가 평생 겪어온 고난과 결핍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죄는 너무나도 크고 무겁기에 그 호소에 응해줄 수 없다.

온종일 흐릿하고 미세한 지문 융선을 보고 지문을 대조하는 '지문감정관'에게도 고충이 있다. 부패가 심한 변사체의 지문을 채취해 작업에 임할 때는 심한 악취 속에서도 구토를 참아가며 지문의 주인공을 찾을 때까지 소리 없는 싸움을 이어 나간다. 이들이 지문 감정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떠도는 사람들(이중 등록자 등)과 죽어서도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는 변사자들에 대한 깊은 연민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만 나오지만' 출판기념회는 오는 19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개최한다. 출판 기념 사인회에는 전국의 동료 과학수사관들이 참석하고, 과학수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참석하여 저자들과 사인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만 나오지만'은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될 예정이며, 수익금 전액은 초록우산재단 범죄피해아동 지원사업에 기부될 예정이다.

박우현 경찰청 과학수사심의관은 "그동안 국민적 성원에 힘입어 과학수사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며 "이 책을 통해 삶과 죽음의 사건·사고 현장을 마주하는 과학수사관들의 냉철한 지성과 국민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오롯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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