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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일간 리아노보스티는 8일(현지시간) 아라라트 미르조얀 아르메니아 외무장관이 자국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아르메니아 주둔 러시아군 규모 감축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미르조얀 외무장관은 "만약 아르메니아와 튀르키예 간 개방된 국경이 존재하고 양국 간 신뢰의 분위기가 있다면 러시아군 소속 국경수비대 축소의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르메니아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제국(튀르키예)이 약 100만~150만명의 아르메니아인을 학살한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사건의 당사국으로써 오늘날까지 튀르키예와의 수교를 단절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집단학살로 인정하지 않았고 양국 관계가 악화되자 당시 소련(옛 러시아)은 아르메니아 제2의 도시인 귬리 등 튀르키예와의 국경도시 4곳에 병력을 배치했다. 현재 3000여명의 병사가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러시아의 중재로 양국의 첫 관계 정상화 특별담화가 성사되자 서로 간의 국경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은 2023년 '대테러 작전'이란 명분을 내세워 나고르노-카라바흐에 폭격을 퍼붓는 등 군사작전을 펼쳐 해당 지역 중심을 장악하고 주권 회복과 승리를 선언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적으로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인정되지만, 거주민의 약 80%(약 12만명)가 아르메니아계라서 30년 넘게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아르메니아는 즉각 항의했으나 그동안 두 나라 간 분쟁을 중재해 왔던 러시아가 아제르바이잔의 손을 들어줬다.
아르메니아는 자국계 주민 이민을 받아들인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손을 놨다. 소련 붕괴 이후 30년 넘게 이어져 온 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이 사실상 승리한 셈이다.
이후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기구인 CSTO 탈퇴와 자국 수도 예레반 국제공항 주둔 러시아 국경수비대 철수를 요구하는 등 반발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해 아르메니아를 공식 방문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아제르바이잔과의 평화 협상 의지를 끌어냈고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조지아로 공급되는 가스 이권을 아르메니아와 공유하겠다고 밝히면서 30여년간 이어진 양국의 분쟁이 종식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전망된다.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에서 패한 파시냔 총리가 미국과의 합동훈련에 참여하는 등 노골적인 반러·친서방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