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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축구 클럽 조호르 다룰 타짐(JDT)의 툰쿠 이스마일 술탄 이브라힘 구단주는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말레이시아가 현재 7명의 혼혈 선수를 귀화시키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이 같이 확인했다. 그는 "정부가 여권 발급 절차를 지원해 선수들이 3월부터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수들의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센터백·왼쪽 풀백·스트라이커·중앙 미드필더·공격형 미드필더·왼쪽 윙어 등으로 대부분이 유럽의 최정상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잉글랜드 출신은 없고 대다수가 남부 유럽 출신이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스페인과 프랑스 출신 선수일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축구 연맹(FAM) 회장을 지낸 툰쿠 이스마일은 조호르주(州)의 왕세자로 축구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구단주로 있는 조홀 다룰 타짐(JDT)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말레이시아 챔피언십에서 10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귀화 선수들의 역할과 잠재력을 강조해왔다. 지난달 말레이시아 대표팀의 아시안컵 본선 2연속 진출을 목표로 삼을 것을 촉구한 그는 "아시안컵을 대표팀 변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브라질 출신의 공격수 베르그송 다 실바와 아르헨티나 출신의 마누엘 이달고의 귀화를 제시했다. 베르그손은 지난 2021년 3월 JDT에 합류한 후 120경기에서 126골을 기록했고, 이달고도 2021년 5월부터 말레이시아리그에서 활약해오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오는 3월 25일 네팔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2027년 아시안컵 최종예선 F조 일정을 시작한다. 같은 조에는 네팔 외에도 베트남과 라오스가 포함되어 있는데 김상식 감독의 부임 2024 아세안컵(AFF 미쓰비시컵) 우승을 차지한 베트남이 최대 적수로 꼽힌다.
'동남아 최강'의 왕좌를 재탈환한 베트남도 브라질 출신 귀화 선수인 응우옌 쑤언 썬의 합류로 팀의 기량을 한껏 끌어 올렸다. 쑤언 썬은 이번 아세안컵에서 7골을 기록해 최고의 선수와 최고 득점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다만 지난 5일 태국과의 결승 2차전에서 심각한 다리 골절상을 입어 적어도 6월 말까지는 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칼을 갈고 있는 말레시이아의 대표팀 개편 작업은 새로운 얼굴들이 합류하며 구체화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J리그 FC 도쿄를 이끌던 호주 출신 피터 클라모프스키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말레이시아 축구협회도 캐나다 출신 전 국가대표 롭 프렌드를 CEO로 선임했다. 롭 프렌드는 캐나다 프리미어 리그(CPL)의 공동 창립자 중 한명으로 불과 6년 만에 초기 0달러의 리그 가치를 3억 달러(약 4408억 8000만원)로 끌어 올린 바 있다.
최근 동남아시아에선 귀화 선수 영입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축구 강호인 태국 역시 스웨덴과 덴마크 출신 선수나 혼혈 출신 선수들을 적극 영입해오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축구 정상을 탈환했더라도 상대팀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쑤언 썬과 같은 귀화 선수가 몇 명만 더 있더라도 대표팀의 수준이 높아질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유럽 선수들을 귀화시켜 뛰게 한다면 국가'대표팀'이 아니라 국가'클럽'이라 부르는 게 맞겠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