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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포로, 韓 귀순 원해…“러 사격 교육 안해줘 많은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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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현 기자

승인 : 2025. 02. 19. 11:40

보위부요원 말에 속아 韓 군인과 싸운다 생각
2019년엔 엄혹 추위에 北 관광도시 건설
포로는 변절과 같아…수류탄 있었으면 자폭했을지도
지금 北 돌아가도 여러 고난 당연해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YONHAP NO-1984>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엑스 캡처.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가 처음으로 한국 귀순 의사를 밝혔다. 그는 또한 러시아에서 방어용 포 사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많은 북한군의 무모한 희생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리 씨는 19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80%는 결심했다"며 "우선 난민 신청을 해 대한민국에 갈 생각이다. 내가 난민 신청을 하면 받아줄까?"라고 말했다.

리 씨는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으며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자신을 "정찰총국 소속 병사"라고 소개하며 "파병 기간 '무인기 조종사가 몽땅 다 대한민국 군인'이라는 보위부(북한 정보기관) 요원 말에 속아 대한민국 군인과 싸운다는 생각으로 전투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리 씨는 "유학생으로 훈련한다고 전투에 참가할 줄은 몰랐다"며 "쿠르스크 지역에 우리가 와 가지고, 대기 구역이라는 데 있었는데 거기서 알려줬다"고 했다. 전투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쿠르스크에 도착해서야 알았다는 것이다.

그는 2500명가량이 함께 왔으며 기차, 비행기, 버스를 번갈아 타고 왔다고 했다. 북한이 전투 사실을 대외적으로 숨기는 이유에 대해선 "대외적 조건(대외 관계의 입장)이 훼손될 가능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리 씨는 또 파병된 부대 '폭풍군단'이 전투력 높은 부대라고 했다. 그는 "삼지연 건설 아나요? 삼지연시(김정은이 전략적으로 재개발한 관광도시)를 건설하는 공사다. 12월에 출발해 공사를 하는데, 눈과 추위가 심했다, 2019년도에"라고 말했다. 이어 "가니까 인가 한 채 없는 산중에 들어가서 눈이 가슴까지 빠지는데 들어갔다. 거기서 병영을 건설해야 하는데, 곡괭이로 종일 요만한 돌망구 하나, 땅덩어리에서 돌멩이 하나 캐놓으면 손이 (얼어 붙는다). 엄혹한 날씨다. 날씨가 너무 차서 오줌을 싸면 그 즉시 얼어가지고 떨어졌다"고 회상했다.

리 씨는 러시아에서 방어용 포 사격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북한군이 무모한 희생을 많이 당했고, 자신 또한 턱과 팔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후 타격 조로 해 가지고 세 명이, 방풍림 시작과 끝머리에서 나머지 중대가 공격을 시작했다. 우리는 그 가운데 뛰어들어 가지고 그 가운데서 배후 교란을 하면서 타격을 시작해야 했다"며 "그런데 거기 들어갔다가 매복에 걸려가지고, 매복에 안 걸릴 수도 있었는데, 무인기 때문에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인기가 공격해와서 날 구해준 사람 한 명 두 명 죽고, 그러면서 나 하나 살아남았다'며 "다섯명이 있던 상태에서 다섯 명이 몽땅 다 희생됐다"고 말했다.

'자폭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인민군대 안에서 포로는 변절이나 같다. 수류탄이 있었으면 자폭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리 씨는 "포로가 된 게 우리나라 정부에 알려지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평양에 있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 북으로 돌아가더라도 여러 가지 고난이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 쪽 친척들을 놓고 보면 몽땅 다 과학자 집안"이라며 제대 후 대학에 다니려고 했고, 수없는 죽을 고비를 넘겨온 만큼 이 꿈을 이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부모하고 전화상으로는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 부모님은 한 번도 못 만났다"며 "나도 부모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내 꿈을 이뤄보고 싶다. 내 꿈을 꽃피워 보고 싶다. 나는 아직 나이가 젊다"고 했다.
정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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