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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불황도 식힐 수 없는 신소재 열기…포스코 고망간강 생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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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안소연 기자

승인 : 2025. 03. 03. 10:00

철강 기술경쟁력 산실 광양제철소
세계 최초 개발 신소재 고망간강
LNG 탱크도 소재 활용, 밸류체인 완성
고망간강_후판 생산공정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후판 생산공정 현장. 판(슬라브)이 압연 장치에 들어가기 전 스케일링 과정을 거치고 있다. /포스코
전라남도 광양에 위치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안에 들어서자 밖에서 느낀 봄기운이 무색할 만큼 후끈한 기운이 압도했다. 발아래 가까이 가도 녹을 것처럼 시뻘건 외형의 거대한 판(슬라브)이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롤러 위를 오가며 때를 벗고 있었다. 제철소 안으로 이동할수록 사우나 같은 뜨거움이 느껴져 입고 있는 외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미국발 철강 관세 리스크, 중국산 저가 공세 등 우리 철강을 위협하는 다양한 위험 요인들이 무색할 열기였다. 생산하고 있는 제품은 포스코가 2000년대 중반 심혈을 기울여 기술 개발과 양산에 성공한 고망간강. 현재 각광받고 있는 LNG를 저장할 최적의 소재이기도 하다. 한껏 뜨거운 열을 받은 판데기는 두께를 균일하게 만드는 압연 과정을 거친다. 세계에서 가장 센 압연기에 들어가기 전 강한 물줄기를 통해 스케일링 과정을 거치는 등 단단하게 가공되고 있었다.

지난달 26일 찾은 광양제철소는 포스코의 대표 제철소인 포항제철소보다 규모가 크다. 단일제철소로서 자동차 강판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으로 전 세계에서 포스코가 최초로 개발한 신소재 고망간강이 이곳에서 나오고 있다.

포스코가 고망간강을 개발에 착수한 2008년 당시의 기술 위치는 선진 철강사와의 격차는 거의 해소했지만, 중국 철강사들의 추격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었다. 신제품 개발이 절실했다. 당시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를 대비하기 위해 LNG 사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LNG는 특별한 특성이 요구됐다. 고망간강은 철에 다량의 망간을 첨가해 영하 196℃의 극저온에서도 우수한 기계적 특성을 나타낼 뿐 아니라 고강도, 내마모성 등 다양한 성능을 특화한 소재다. 2013년 개발 완료 후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

양산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이순기 포스코 수석연구원은 "고망간강을 만들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규격이 있느냐'였다"고 설명했다. 그 전에는 규격이 있는 제품을 만들어 팔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스스로 해야 하는 새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었다. 이에 포스코는 2017년 ASTM 규격을 시작으로 API 등 다양한 규격 등록을 시작했다.

여기에는 장인화 회장의 결심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장인화 회장이 연구원 출신이기 때문에 개발 필요성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았다. 포스코 측은 "포스코이앤씨에서 LNG 육상탱크를 만들기로 했고 사실 다른 소재로 결정돼 있었지만 회장님이 고망간강으로 탱크를 만들자고 결단했고, 이에 세계 최초로 육상 저장 탱크가 탄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고망간강_진공흡착식 크레인 이송
고망간강 후판제품이 진공흡착식 크레인으로 이송되고 있다. 일반강은 마그넷 크레인으로 이송하지만 고망간강은 비자성 강판으로 진공흡착식 크레인을 사용한다. /포스코
광양LNG터미널 전경
광양LNG터미널 전경./포스코
제철소에서 차로 약 10분간 이동하면 포스코그룹의 LNG 밸류체인을 확인할 수 있는 LNG 저장탱크를 볼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건설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LNG 터미널이다. 포스코인터는 광양에 20년간 총 1조450억원을 투자해 93만㎘의 저장용량을 갖춘 제1LNG터미널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 중 5, 6호기 저장탱크가 고망간강을 적용했고, 7, 8호기도 고망간강을 활용해 증설 공사 중이다.

현장에서 본 7호기는 현재 증설 공사 중으로 내부에 들어서니 마치 거대한 공연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웅장했다. 2026년 2개 탱크가 준공되면 전체 8개 저장탱크 중 4개가 고망간강을 활용한 보다 안전하고 고기능성의 고망간강 탱크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공연장, 혹은 운동장 같은 시설에 LNG 가스가 모두 저장되면 우리나라는 LNG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기반을 더 확고하게 갖추게 된다.

LNG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수출제한 조치를 완화하고 관세와 연계해 통상 협상 카드로 활발히 활용하고 있어 LNG 생산과 저장 및 운송, 활용 등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시장의 확대가 기대되는 실정이다.

AI와 데이터 센터의 급증 역시 전력 부문의 천연가스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하루 약 33억 입방피트(bcf/d)의 새로운 천연가스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약 2500만 톤의 LNG에 해당하는 규모로, 1720만 가구의 연간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광양 제2LNG터미널 7호기 탱크 내부
광양 제2LNG터미널 7호기 탱크 내부./포스코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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